모바일 OS를 만들고 생태계를 조성한다?

지식경제부가 한국형 모바일 OS에 대해 언급한 기사를 보니 골자는 이렇다.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모바일 OS를 포함한 웹기반 오픈형 OS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그럴싸해보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분들 뭐하자는 건가 싶다.

허울뿐인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판매량을 합치면 시장점유율 1위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점유율 1위의 위치면 못할게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항상 전전긍긍한다. 이유를 콕 찝어 지적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점유율 1위라는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컨소시엄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겠는가? 이들이 높은 위상에 걸맞지 않게 쫓겨가며 만들어내고 싶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생태계를 만들자?

Apple의 AppStore를 보며 국내 업체들은 너도나도 ‘생태계를 만들자!’ 라고 한다.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제조사 외에 통신사까지 가세해 이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물론, 이번 컨소시엄도 이런 ‘생태계에 대한 갈망’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만들기 어렵다.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도 있고, 다양한 내부의 변화나 종의 진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무수히 많은 조건과 변수가 있는 복잡한 구조다. 그걸 무슨 수로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겠는가?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꾸준히 관찰하고 보완해가며 자생력을 갖추도록 보살피는 것이지 심시티하듯 척척 꼽아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생태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못박아놓고 그 모습 그대로 직접 만들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난 꼭 2등을 해야겠어!

연예인 박명수를 보면 ’2인자도 괜찮네’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그거고, 처음부터 ‘난 2등을 하겠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좀 우습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컨소시엄 제목이 딱 그꼴이다.

‘모바일OS를 포함한 웹기반 오픈형 OS개발’

바꿔말하면,

‘안드로이드랑 크롬OS 같은거 만들자’

저런 타이틀 안에서 죽어라고 해서 진짜진짜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쳐도 안드로이드랑 크롬OS 나온다. 결국 2등하겠단 얘기아닌가?

진짜 생태계를 길러내고 싶으면 최종 종착지가 꼭 웹기반 오픈형 OS일 필요도 없고. 모바일 OS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런데 제목이 저게 뭐냐 말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주먹도 있고 발도 있잖아?

이런 이상한 행태는 ‘대항마’ 전략이 먹혀들어간 이후로 계속되고 있다. 생태계의 원흉(?)인 Apple에 삼성전자가 대응하는 방식은 타블렛 만들면 타블렛으로 터치 MP3P에는 터치 MP3P로 TV엔 스마트TV로 맞서는 것이다.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안하던 클라우드 서비스도 시작한단다. 눈에는 눈이고 이에는 이다. 근데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자. 주먹이랑 발도 있을텐데 왜 굳이 이에는 이로 대적하나? 박치기 선수랑 싸우는데 왜 머리로 들이받으려 하냔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피처폰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막강한 피처폰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이 또한 모바일 기기이다. 하지만 이들은 피처폰을 ‘그저 한물간 기기’ 정도로 취급하는 것 같다(휴대폰 점유율 기사낼때 빼고). 이들 스스로 자신의 강점 중 하나인 피처폰을 스마트폰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제품으로 선을 긋고 있는건 아닐까?

가령, 삼성전자가 피처폰 표준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데이터 표준화 만이라도 했다고 가정해보자. 대충 생각나는 표준화가 필요한 데이터들만 적어봐도 이렇다.

연락처/기념일/일정/문자메시지/사진앨범/사진파일포맷/동영상포맷/통화기록/메일구조/단축번호

이런 데이터들이 삼성전자의 모든 피처폰에서 동일한 UI로 이용이 가능해지고 다른 삼성전자의 기기(피처폰이건 스마트폰이건 노트북이건 TV건 간에)로 백업이나 이동도 자유로울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더하면 유저입장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락처, 기념일 등의 편리한 공유를 위해 삼성생태계에 합류하는 새로운 종이 생겨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피처폰 뿐만 아니라 백색가전 등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 차별화된 생태계를 꾸밀 수 있는 요소들을 이미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남들이 만든 무언가(모바일 OS를 포함한 웹기반 오픈형 OS)를 목표로 하는가 말이다. OS는 무수히 많은 규약이나 표준을 토대로 나오는 기술적인 결과물일 뿐이다. 목표에 따라 대상을 스마트폰으로 한정 할수도 그냥 모든 전화기일수도 있고 백색가전을 포함할 수도 있다. 구현 방식도 개방이거나 폐쇄거나 상관없다. 지금 접근하는 방식은 친구가 가진 장난감 좋아보인다고 ‘엄마, 나 저거 갖고 싶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생태계의 주인은 창조자가 아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자신만의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길러냈다고해서 그 주인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유저나 개발자, 써드파티 업체들이 주인이다. 그렇기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지극히 이들의 입장에서 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OS를 포함한 웹기반 오픈형 OS개발’은 제조사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지 생태계의 구성원들에겐 그리 중요한게 아니다. 구성원들은 웹기반인지 뭔기반인지, 개방형인지 폐쇄형인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자기들에게 편리하고 즐겁고 유용하며 이익이 되는 무언가가 필요할 뿐이다.

계속 얘기하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는 Apple이나 Google이 가지지 못한 것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장점들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데 왜 똑같은 종(種)으로 구성된 판박이 생태계를 고집하는가?

컨소시엄도 좋고 독자 OS도 좋고 다 좋다만 무턱대고 달리지 말고 뭘 하고 싶은 건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지금 봐서는 당신들이 Apple처럼 되고 싶은 건지, 그냥 Apple이 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으니까.

김밥얘기

출처:http://ko.wikipedia.org/wiki/김밥

김밥은 어떤 음식인가? 1500원을 내면 한 줄 사먹을 수 있는 먹거리? 1500원이라, 요즘엔 빵집에서도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빵이 거의 없을 정도니 저렴한 음식의 대표급 쯤 되겠다.

그래, 싸면 좋다. 사먹는 입장에선 당연하겠지. 그런데,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김밥은 굉장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필요한 형태로 밥을 짓고 여기에 또 약간의 가미를 한다. 시금치도 데쳐서 무치고, 계란도 부치고, 오이도 절여 물기를 뺀다. 우엉도 만들고 고기를 볶기도 하고 여러 다른 재료를 기호에 맞게 준비하게 된다. 재료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만만찮다. 거기서 끝도 아니다. 이 재료들을 정성을 들여 잘 말아서 한 줄, 한 줄 만들고, 이를 칼로 먹기좋게 썰어내는 것까지 해야 김밥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어린시절, 김밥은 자주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소풍이나 운동회, 가족 나들이 때에나 먹을 수 있는 나름 귀한 음식이었다.

그런 김밥을 이제는 1500원이면 한 줄 낼름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 편하다.

그런데, 1500원 주고 사먹는 김밥에는 무언가 빠진 것이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소풍날이면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 재료 준비를 시작하셨다. 옆에서 구경하며 얘기도 하고 낼름낼름 재료를 집어 먹기도 하며 함께 김밥을 만들었다. 물론 고생은 엄마가 다하셨고 실제로 내가 뭘 만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왠지 같이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록 당시에는, 재료에 대해 불평을 하기도하고 엄마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지만 이런 추억이나 경험은 커갈수록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과연 몇 %가 엄마와 함께 김밥을 만들어봤을까?

김밥이 필요한 날이면 학교 근처 김밥집은 주문이 폭주한다. 아침에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김밥집에 가서 김밥을 사온 뒤 보기 좋은 통에 담으면 엄마의 역할은 끝이다. 물론, 들어가는 시간이나 재료비만을 감안한다면 그냥 가게에서 사서 아이 손에 쥐어주는게 백번 천번 낫겠지만, 그깟 돈 몇천원의 몇 십배. 아니, 경우에 따라선 그 이상의 무언가를 잃는 셈이다.

1500원짜리 김밥에는 없는 그 ‘무엇’은 정성을 느끼고 같이 교감하는 추억이 아닐까? 내 아이가 커서 김밥을 ‘싸구려 분식’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와했던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게다가 난, 김밥을 예쁘게 잘 만다… 풉!)